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농촌 지역을 지나다 보면 소·돼지 축사에서 나오는 악취가 진동하는 마을들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에 축사들이 악취를 풍기고 폐수를 배출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 의구심만 들 뿐이다. 얼마 전부터는 환경부와 농림축산부가 공동으로 (재)축산환경관리원이라는 걸 만들어 악취방지와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개선됐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지난달 내놓은 ‘가축분뇨 등 축산 환경 개선실태’ 감사보고서를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축산환경 제도·인프라 △가축분뇨 자원화 △폐사체 이력 관리 등 3개 분야에서 총 29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점관리 되어야 하는 상수원보호구역 내 축사 관리 및 단속을 소홀히 하는가 하면, 가축분뇨를 자원화하는 시설에 대한 표준설계도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이번에 적발됐다.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와 액비의 품질 검사 비율은 20%에도 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조하고, 살포지로 등록되지 않은 곳에 액비를 무단 살포하는데도 환경부는 눈을 감고 있었다. 전염병에 걸려 살처분 또는 폐사된 소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등 방역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너무 기가 차서 자세하게 살펴봤다. 일부 지자체가 상수원 보호구역 내에 가축분뇨 배출시설(축사) 설치를 허가해 주거나 무허가 축사에 대한 단속업무를 소홀히 하며 상수원 보호구역에 환경오염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데도 환경부는 이에 대한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다.
환경부는 또 오리와 양 등 5개 축종의 자원화 시설에 대한 표준설계도를 마련하지 않아 시설의 부실화 우려를 자아냈다. 전국 151개 시·군에서 설치한 1천677개 시설이 유사 축종 또는 농가에서 자의적으로 신청한 내용을 기준으로 가축분뇨 처리 용량을 산정하는 등 주먹구구식이었다. 이로 인해 시설 규모가 지역별로 제각각이고, 상당수 축산농가는 기술 자격이 없는 업체에 자원화 시설 설계 및 시공을 맡기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퇴비·액비에 대한 품질은 물론 살포 관리도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간 퇴비·액비의 품질검사 비율은 17.8% 수준에 머물렀고, 법정 항목(5개)을 검사한 비율도 20.7%에 불과했다.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을 함유한 액비에 대해선 처방서 발급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제한 규정이 없어 그대로 살포됐다. 그 양이 6개 농가에서 2천984t에 이르러 수질과 토양오염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부실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다.
경남도와 전남도 등 액비 살포량이 많은 지자체를 상대로 표본 점검한 결과, 113개 업체에서 살포지로 등록되지 않은 곳에 액비 64만t을 살포했다. 24개 업체는 4만1천t을 처방서 없이 무단 살포했고, 11개 업체는 적정 시비량의 5개 넘는 3만7천t을 뿌려 토양 오염의 우려를 낳았다.
전염병으로 살처분 또는 폐사한 소는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하는데 무려 1천166두가 멀쩡한 소로 둔갑해 이력 관리 시스템상에 ‘사육 중’ 또는 ‘도축 출하’된 것으로 조회됐다. 또 식육 포장처리업체 15곳은 돈육 2천495t을 시중에 유통하고도 판매·반출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러고도 환경부는 방역의 효율성과 축산물의 안전성을 믿으라고 국민에게 말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축산 폐수는 악취는 둘째 치더라도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켜 결국 하천 녹조의 원인이 되는데, 관리가 이 모양이니 국민은 불안할 뿐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한 단속업무를 소홀히 하고 수질, 토양 오염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환경부라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이런 무능과 직무유기를 드러낸 환경부를 바라보는 국민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자원화 시설에 대한 무자격자의 설계와 시공은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체에 대한 환경오염방지시설의 문제와 유사하다. 무등록업체가 용량을 낮추어 부실 시공하는 행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했으니 정부는 적절한 조치와 효율적은 대책을 내놔야 한다. 더불어 국민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끝임 없이 감시해야 한다. 생활 민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악취 민원이다. 그중에서도 축사에서 유발하는 악취와 폐수 문제는 쉽게 처리되지 않은 고질적인 병폐다. 이유는 관련 제도가 미비하고 축산농가에 대한 제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이상 축산 악취·폐수를 두고 볼 수 없다. 불법 행위에 대해 엄청 대처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제도 정비와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가장 빠른 시작이라고 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하나하나 바로 잡아 나가야 할 때다.



